건강 뉴스

커피와 건강 ..... 김호덕 교수

warmdoctor 2012. 6. 5. 17:04

..... 아래의 글은 성균관의대 김호덕 교수 님의 글 입니다.

 

커피와 건강

 

 

 


글 : 김호덕 성균관대 의대 교수 (심혈관세포생물학, 생활습관병 전공)

 

커피 (coffee; ''이라는 뜻의 아랍어 kaffa에서 유래)는 커피나무의 씨 (커피생두)를 로스팅 (볶음)하여 가루로 만든 것을 끓인 물이나 증기로 우려낸 음료로 맛은 쓰며 시다. 커피생두는 적도에 위치한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생산되며 연한 초록빛을 띤다. 커피생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교역되는 농산물 중의 하나이며 커피는 세계적으로 연간 약 6천억 잔이 소비될 정도로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음료이기도 하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는 커피 양은 성인기준으로 1년에 312, 2010년 한 해 동안 수입된 커피의 양은 117천 톤(42천만 달러)에 달하며, 국내시장 규모는 무려 3조 원대에 육박한다고 한다. 나날이 늘어나는 커피전문점, 편의점이나 자판기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다종의 커피, 길거리, 버스, 지하철 할 것 없이 커피를 마시는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커피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한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세기 말 아관파천을 전후로 추정된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하여 머물고 있을 때 커피(당시에는 양탕국이라고 했다 함)에 맛을 들였다고 한다. 1902년에는 독일인 여성 손탁이 러시아 공사관 앞에 정동구락부라는 상류층을 위한 당구장과 찻집을 겸한 사교의 장소를 오픈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아마도 이것이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카페)의 효시가 아닌지 모르겠다.

커피는 고래로부터 약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기록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점들도 지적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커피는 간기능 장애, 간경화, 간암, 당뇨병, 저혈당 예방, 고-요산혈증 (통풍) 등에는 유익하며, 고혈압, 지질이상, 허혈성 심장병, 만성 신부전, 임산부 (유산이나 조산의 위험이 있다함), 방광암 등에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성 궤양, 담석, 관절 류머티즘 등에 대한 영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근년 들어 커피를 비롯한 각종의 식품에 대해 어떤 식품은 건강에 유익하며 어떤 식품은 유해하다는 식의 건강이나 질병과 연관된 수많은 불확실하거나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정보들이 방송이나 인터넷 망을 통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식품이든 알고 먹으면 득이 될 수도,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커피와 건강 (좁게는 질병)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미 발표된 과학 논문을 통해 알아보자.

 

  [ 커피 성분의 과학 ]

 

커피 생두에는 수백 종에 달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생활습관병' 예방에 유용한 성분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일예로 커피 성분의 하나인 카페인은 정신안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커피 성분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커피에는 크게 탄수화물, 질소화합물, 클로로겐산 (chlorogenic acids), 유기산, 지질, 휘발성 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본래 커피 생두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거나 또는 저장이나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하며, 드립에 사용되는 재료 또는 이들의 제조과정에서 첨가되기도 하는데 로스팅 과정에서 성분이 변하거나 증감되기도 한다.

 

- 탄수화물 (폴리사카라이드, 만노올리고사카리이드 등)

건조된 커피 생두 성분의 약 1/2탄수화물로서 특히 슈크로즈 (sucrose)의 함량이 높고, 다음으로 만노즈 (mannose), 아라비노갈락탄 (arabinogalactan) 등 폴리삭카라이드가 점유한다. 로스팅을 하면 슈크로즈는 분해되고 폴리사카라이드는 저분자화 되지만 로스팅이 잘못되면 용융이 일어나기도 한다. 커피 한 잔에 포함된 탄수화물은 커피 생두의 종류, 로스팅 정도, 음료로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커피 건조물의 2-30%는 탄수화물이다.

 

드립 잔사를 고압증기처리 후 섭씨 220도 정도로 가열, 활성탄으로 탈색, 이온교환수지로 제염처리하여 얻어지는 만노올리고사카라이드는 '카페올레-믹스트 커피' 등에 사용된다. 만노올리고사카라이드 소화효소에 잘 소화되지 않지만 대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의한 단쇄 지방산 (초산, 프로피온산, 낙산 등)을 생성, 대장환경을 개선하여 비피더스균의 수를 증가시키고 배변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sano et al, Food Sci Technol Res 2003, 9:62; Umemura et al, Food Sci Technol Res 2004, 10:195).

 

- 질소 화합물 (카페인, 트리고넬린)

단백질, 아미노산, 트리고넬린 (trigonelline), 알칼로이드 등이 이에 속한다. 커피 생두에는 약 1% 정도의 트리고넬린이 포함되어 있다. 로스팅 과정에서 니코틴산, 니코틴아마이드 등의 휘발성 물질로 분해되며 트리고넬린의 독성은 감소된다. 트리고넬린은 중추신경계 흥분저하, 담즙산 분비저하, 장관의 운동증가 등의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노인성 치매나 당뇨병을 예방하고 암세포 전이를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니코틴산이나 니코틴아마이드 생성은 비타민 공급원으로서도 의의를 가지는데 특히 니코틴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 알칼로이드는 쓴맛을 가진 카페인으로 커피 건조물의 1-2%를 차지한다. 커피 한 잔에는 약 30-180mg (인스턴트 커피에서 다소 높음)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카페인은 뇌 활동을 증가하여 사고력이나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감을 낮추어주는 효과가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카페인을 1500mg 이상 섭취하면(레귤러 커피로 약 5-6) 두통, 불면 등을 유발하거나, 더 많은 양을 섭취하면 가슴두근거림이나 이명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커피를 15잔 이상 마시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삼가는 것이 좋겠다.

트리고넬린에 대한 연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마우스 실험에서 트리고넬린 0.05%를 함유한 식이 결과, 내당성, 인슐린저항성, 동맥경화지수 등이 개선되며 혈중이나 간의 중성지방이 저하되어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아마도 지방산 합성이나 글루코키네이스라고 하는 효소의 활성저하, 지방산 산화의 항진 등과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Yoshinari et al, Biochem 2009, 73:1033).

 

- 클로로겐산 (클로로겐산, 폴리페놀 등)

커피생두 건조물에는 약 7-10%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화학적으로 클로로겐산은 계피산과 키나산이 에스테르 결합으로 형성된 것인데, 로스팅을 하더라도 감소하거나 소실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클로로겐산은 생체 내에서 과산화지질 생성억제, 콜레스테롤 생합성 억제 항산화작용, 항암작용이 있으며, 식사 후 혈액으로 글루코스 방출을 느리게 하고 심장질환을 예방하며, 글리코겐 및 글루코스-6-인산의 간내 농축을 증가시키고 혈당수치를 감소시킨다고 하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무기질의 분배를 개선시키고, 혈장 및 간의 지방을 감소시키며, 글루코스 내성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Gonthier et al, J Nutr 2003, 133:1853; Murata et al, Biosci Biotechnol Biochem 1995, 59:1887).

 

- 카본산 (쿠엔산, 키나산 등)

커피 생두에는 쿠엔산, 사과산, 키나산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로스팅으로 이들은 휘발성 또는 비휘발성의 산을 생성한다. 또한 키나산은 커피의 수소이온지수(pH)를 낮추어주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키나산이나 쿠엔산이 생리활성물질의 활성을 도모하며 소변을 산성으로 유지하므로 요로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물질인 것처럼 소위 건강식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생리학적 기능은 아직도 불명확한 점이 많으므로 과신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지질 (카베올, 카페스톨 등)

커피생두 건조물의 8-10%는 지질이다.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카베올 (kahweol), 카페스톨 (cafestol) 등은 로스팅 과정에서 1% 정도로 줄어들며 커피에서는 주로 팔미틴산이나 리놀산의 에스테르로 존재한다. 특히 터키시 커피에는 지질 함량이 높다. 이들은 발암 저지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Cavin et al, Carcinogenesis 1998, 19:1369) 보통 마시는 커피의 양 정도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옳다.

 

- 휘발성 물질 (맛과 향을 내는 성분)

커피에는 수 백 종의 휘발성물질(알코올, 알데히드, 케톤, 탄화수소 등)과 시크테린산, 말톨 등을 포함하여 특유의 향과 캬라멜과 같은 단맛을 내며 피리딘, 피롤, 프란 등은 자극성의 쓴맛을 낸다. 특히 쓴맛을 내는 성분들은 로스팅 과정에서 증가된다고 한다.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메칠피롤, 디알킬피롤등은 항산화화합물로 이들은 식품의 보존기간(수명) 연장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생리기능 물

피리디놀은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생리기능 활성물질로 갈락토사민 유발성 장애와 4염화탄소 유발성 간기능장애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Kurakane et al, Food Sci Technol Res 2006, 12:148; Igarashi, Kawai, 2008, 일본커피협회 연구발표회).

 

- 기타 성분

커피 생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색 (컬러)은 커피 생두에 풍부한 당이나 아미노 화합물의 산화, 분해, 중합으로부터 나타난다. 특히 브류 과정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멜라노이신 (색소성분)이나 클로로겐산은 금속 킬레이터 (chelator)항산화작용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Wen et al, Biosci Biotechnol Biochem 2004, 68: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