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개 2 18

우체통 ...... 박후식

우체통 박후식 설지않다 강아지와 햇볕이 장난을 친다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아무나 보면 골목 한 구석에서 뛰어나와 꼬리를 친다 그놈, 천성인가보다 빨간 우체통이 허술한 세월의 문 앞에 서 있다 까마득하다 세상이 온통 쥐 잡듯 시끄러울 때 공부하다 말고 쫓겨 온 아들놈 군대 보내놓고 문 밖에 나가 옷가지 기다리던 어미 맘이 저러 했을까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하얀 낮달 그림자 ...... 2021년 9월 1일 광주매일신문과 광주문인협회가 공동발행한 문학마당 작품집 ' 광주抒情 ' (광주서정) 82페이지에 실린 박후식 시인의 시로 2018.10.30. 광주매일신문 '광주문협 문학마당' 코너에 소개됐었습니다.

詩 소개 2 2021.09.22

바다 새 ...... 정성윤

------ 아래의 詩는 [ 한국시인협회 ] '한밤의 시' 코너에 실린 내용입니다. 바다 새 정성윤 만리포 사구에 앉아 있으니 날카로운 시간의 날에 마모되고 있는 나의 몸짓 어쩌면 몇 모금의 취기를 토해 내듯 어둠 속에 버려졌을 젊은 시절의 통증을 다시 한 번 기억해 내고 싶어 파도는 하얀 이야기를 꾸러미로 물고 온다 아주 오래된 고독의 부스러기 물속으로 흐르다가 파도를 닮아, 바다 새가 되어 하얀 꾸러미로 밀려온다 빛살에 먼 섬들이 떠내려가고 또 떠내려 오고 반짝 반짝 알몸으로 뒹구는 한 여름의 이야기들 이제는 내가 앉은 그 자리에 내가 있지 않음을 내일이면 투명인간처럼 날아가 버릴 내가 있음을 울퉁불퉁한 바람 한 가닥 돌무더기를 지나와 만리포에는 천리포가 또 백리포가 지나가고 있음을 하얀 파도는 바다..

詩 소개 2 2012.03.16

그대 잘 계시는지 ...... 이위발

그대 잘 계시는지 이위발 햇살이 뿌린 온기를 노을이 가슴으로 안으며 서녘으로 스며들 때 누이 젖꼭지 같은 작은 풀꽃에 그대의 흔적이 숨어 있는, 솔직한 계절 앞에서 땀만 흘려보내고 있네. 버릴 것 하나 없는 뭇볕이 마당 위에 뿌려질 때 흙이 부풀어 오르듯 그대의 소박한 밥상에도 축복 받은 달빛 한쪽, 모서리마저 이울지 않게 옆에서 지켜봐주게. ----- 상기의 詩는 한국시인협회 [ 한 밤의 詩 ] 코너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詩 소개 2 2012.02.11

그래도 한 평생 은혜로웠다 ...... 이향아

----- 아래의 시는 [한국시인협회] '한 밤의 시' 중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그래도 한 평생 은혜로웠다 이향아 새털보다 가볍게 나는 가련다 그래도 한 평생 은혜로웠다 가시덩굴 쑥굴헝이 발목을 막고, 칠흑의 뻘밭에서 헤매기도 했지만 돌아다보면 정금이었고 훈장이었다 높은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처럼 나는 지금 설렌다 씨앗이 껍질을 뚫고 싹을 틔우듯이 무거운 몸은 버리고 간다 평생을 맹목으로 떠받들던 몸 질기고 집요한, 가엽고도 소중했던 몸이었다 산소호흡기로 멍텅구리 숨을 잇고 싶지는 않다 바라노니 끝끝내 화려체로 우아하게, 날 데려오신 이의 손길을 따라 라스트 신이 아름다운 배우처럼 퇴장하련다 내 뜨거운 피를 담았던 가슴 유정한 이에게 주고 싶은 심장 하나 남겨 두고 아름다운 산천을 바라보던 시력 빛을 ..

詩 소개 2 2011.09.24

아프지는 말아라 ...... 김용화

아프지는 말아라 김용화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 아픈 것이 더 힘들다. 서럽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지는 말아라. 이상하게도 너의 아픔이 나에게도 번져오는지 나도 아프단다. 마음에도 신경이 있는가 보다. 몸과 마음이 함께 아플 때 별것도 아닌 것들이 파편이 되고 위로의 말들이 서러움으로 변한다. 아플 때는 하루종일 희망을 만들고, 순간순간 희망을 만들고 설사 버려지는 희망이라도 그 희망이 꽃이 될 때까지 더 아픈 이들을 위해 별이 될 때까지 밝고 따스한 햇살이 될 때까지 그 아픔이 깊은 깨달음이 될 때까지 지지 말아라. 아프지는 말아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픔에지지 않는 강한 너를 기원하는 일이다.

詩 소개 2 201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