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 방향의 '왕십리역 (성동구청)' ..
가슴 뭉클하게 하는 2개의 詩를 이 지하철역의 방호 유리창에서 발견하게 되어 휴대폰사진으로 올려 봅니다.
안현숙 시인의 [ 냉이 ]와 박후식 시인의 [ 그려지지 않는 그림 ] 입니다.
냉이
안현숙
밤나무 옆 함석집에
단둘이 살고 있네
엄마가 손을 놓아버린 소녀와
기억을 놓쳐가는 할머니,
봄이 오는 들녘에 온종일
종다리떼 지저귀고
밭두렁에 소녀 홀로 나물 캐고 있네
호미질할 때마다 하얀 그리움이
뿌리를 드러내고
그때처럼 또 그렇게
봄은 오고
아지랑이 타고 피어오르는
엄마의 약속
질긴 생 꾹꾹 눌러 담는
알싸한 그 아이
그려지지 않는 그림
박후식
바람만 불어도
대추나무 송송한 잎사귀
그 잎사귀 속으로 아기 웃음처럼
눈 감추던 소녀를 보았네
우물가에 돋아나는 풀잎이슬
자꾸만 부풀어 오르던 소녀를 보았네
어쩌다 빨랫줄 밑으로 삐어질까
얼굴을 붉히던 소녀를 보았네
사랑했네
대추나무처럼 사랑했네
'詩 소개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무릇 ...... 박후식 (0) | 2017.03.25 |
---|---|
3월의 밤바람 / 마라도 ...... 박후식 시인 소개 (0) | 2016.01.03 |
차창 ...... 김경린 (0) | 2014.11.30 |
희망은 깨어 있네 ...... 이해인 (0) | 2014.09.15 |
아 침 ...... 천상명 (0) | 2013.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