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밤바람
박후식
얼마나 울었을까
밤새 얼마를 더 울어야 할까
모두가 잠들고 나면
어깨 들썩이며 얼마를 울어야 할까
집에서도 눈물 많던 소녀
오늘밤은 또 얼마나 울어야 할까
내일이면 수술한다고
잠 못 이루는 텅 빈 공간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살아온 날이 너무 허무했을까
살아갈 날이 너무 미웠을까
여리고 겁 많은 소녀
바닷가 어느 끝자락에 가 있을까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릴 적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을까
가슴 깊은 곳
어디쯤에 살고 있을
슬프디슬픈
누군가를 생각하며 있을까
3월의 밤바람이
산 아래 병동까지 내려와
풀과 나뭇잎들을 하나하나 불러 새우고
만년산 골짜기도 물을 풀어 소리 내는데
잠 못 이루는 소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지금쯤 잠은 이루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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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색깔의 시집 [ 흐르는 강 ]의 책 겉표지를 보자마자 가슴에 희망과 젊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시집의 뒷부분 쯤에 적혀있는 [ 3월의 밤바람 ]이란 시를 읽으면서, 다음날 수술을 앞 둔 여린 마음을 가진
여인의 잠 못 이루는 애절함이 느껴져서 저 자신도 마음이 많이 아파 아련해졌습니다.
그러나, 시집 겉 표지색깔이 우리에게 던져주듯.. 이 시집은 궁극적으로 젊음과 희망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곁들여진 애절함과 순수한 사랑이 아주 잘 버무려져 있어서.. 읽는 동안 제 마음이 무척 좋았습니다.
마라도
박후식
짧은 시 한편이 아름답다
읽다보면 나도 몰래 가슴에 차올라
물 위에
떠 있는 시
나무 하나 없이도 하늘을 타고 내려와
하늘시가 되어 있다
밤이면 동서남북 다 둘러보아도
모두가 바다처럼 외로워서
외로워서 바다를 두고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마라도 시(詩)
짧은 시 한 편이 지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오래도록 마음의 밑자리에 남아서
잊고 살았던 추억의 샛길에서 만난 삶의 향기나
여름물가에서 장난치던 순수의 시절로 되돌려 놓을 때가 있다
좀 서툴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때 묻지 않는 삶의 고독이 거기 있을 때
밤의 별들은 그것을 형제처럼 보석으로 받아들인다
먼 바다에 섬 하나 떠 있다
그것을 별이라 해도 좋다
우리의 최남단에 위치한 외로운 별이라는 것 밖에
별로 마음 쓰이지 않는 작은 시의 섬이다
그 섬이 무한천공 아래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오고 있는 것은
시의 섬 속에 군의 포대 하나 없이도
태극기 팔랑이는 분교장과
초원의 돔 성당이
태평양을 향해 마음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섬은 밤이면 외출을 즐긴다
동서남북 어느 별과도 태고의 이야기를 나누고
끝없는 하늘 길을 찾아 목동별과 함께 먼 여행을 떠난다
모닥불만 피워도 그리움이 되어 흐르는 곳
모두가 외로워서, 외로워서 아름다운 은하의 형제처럼
옛날 옛적부터 써 내려온
짧고 아름다운 시 한편 거기 떠 있다
........... 詩人 박후식 님의 글 중에서.
[ 詩人 박후식 소개 ]
* 완도군 고금면 출생
* 공주대학교 사대 국문과 졸업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대학시절 <과수원> 동인으로 문학활동 시작
* 1978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어떤 균열 』등의 4편이 당선되어 등단
* 목포고, 목포여고 등에서 국어교사로 근무
* 전라남도 교육청 장학관, 고흥여중,화순중,노안중 등에서 교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 2005년, 제18회 '광주문학상' 수상 (詩 부문)
* 2015년, '광주문학상' 수상 (작품상)
* 시집으로 『바다 그리고 사랑』 『손금』 『그녀의 집에는』등이 있고,
詩가 있는 산문집으로 2010년 4월 [ 월간문학 ]이 펴낸 『도시의 저쪽』이 있음.
2013년 2월에 네번째 시집 『흐르는 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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