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개 1

냉이...안현숙 / 그려지지 않는 그림...박후식

warmdoctor 2015. 2. 23. 16:45

 

오늘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 방향의 '왕십리역 (성동구청)' ..

가슴 뭉클하게 하는 2개의 詩를 이 지하철역의 방호 유리창에서 발견하게 되어 휴대폰사진으로 올려 봅니다.

 

안현숙 시인의 [ 냉이 ]와  박후식 시인의 [ 그려지지 않는 그림 ] 입니다.

 

 

냉이 

                   안현숙

밤나무 옆 함석집에
단둘이 살고 있네
엄마가 손을 놓아버린 소녀와
기억을 놓쳐가는 할머니,
봄이 오는 들녘에 온종일
종다리떼 지저귀고
밭두렁에 소녀 홀로 나물 캐고 있네
호미질할 때마다 하얀 그리움이
뿌리를 드러내고
그때처럼 또 그렇게
봄은 오고
아지랑이 타고 피어오르는
엄마의 약속
질긴 생 꾹꾹 눌러 담는
알싸한 그 아이

 

 

 

 

그려지지 않는 그림

                                       박후식

 

바람만 불어도

대추나무 송송한 잎사귀

그 잎사귀 속으로 아기 웃음처럼

눈 감추던 소녀를 보았네

우물가에 돋아나는 풀잎이슬

자꾸만 부풀어 오르던 소녀를 보았네

어쩌다 빨랫줄 밑으로 삐어질까

얼굴을 붉히던 소녀를 보았네

사랑했네

대추나무처럼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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