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나는 언제까지 달리기만 해야 할까. 어쩌면 질주보다 아름다운 무너짐이 더 쾌적할지 모른다.” (‘아름다운 질주’ 중에서)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1978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후식(77) 시인이 산문집 ‘도시의 저쪽’ (월간문학 출판부)을
펴냈다. 1998년 첫번째 시집 ‘바다 그리고 사랑’ 이후 세 권의 시집을 냈지만 산문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후식의 시가 있는 산문집’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산문집은 ‘시와 산문의 만남’, ‘내 놀던 옛동산’ 등 5부로 나눠
자신이 쓴 시에 대한 소개와 ‘영원한 울림’으로 남은 명시들에 대한 해설과 감상을 담았다.
첫 글 ‘시와 산문의 만남 1·2’에서는 시인의 시가 쓰이게 된 배경과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내 놀던 옛 동산’에서는
시인이 글을 시작할 때부터 최근까지 산문이라는 이름으로 써 왔던 글들을 한데 모았다.
제4부 ‘영원한 명시의 고향’에서는 아름다운 우리의 정서와 맑은 시혼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의 해설과 감상을 담았으며,
교직에 있으면서 느낀 교수·학습 그리고 수업에 대한 감회와 소신을 적은 글과 버리기 아까운 글을 ‘자투리 글’로 엮었다.
박씨는 “글을 마치고 나니 마치 고향의 어귀에 와 있는 느낌이다”며 “도시의 저편, 바닷가 언덕처럼 시가 있는 산문집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완도 출신인 박씨는 고흥여중·화순중 등에서 교장을 역임했고, 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에는 [ 광주문학상 ]을 수상하기도 했다.
...... 위의 글은 광주일보 김대성 기자 님의 기사 입니다 : 2010년 04월 29일 (목).
아름다운 질주
박후식
나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것이 무슨 달리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끝없는 나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 때로는 아름다운 숲길을, 때로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바다 저쪽으로 마냥 달리고 있다. 어깨 위에 촉촉이 비가 내릴 때도 있다. 가랑잎이 뚝뚝 떨어질
때도 있다. 하얀 눈이 내릴 때도 있다.
달리다 보면 산 속 빈집에 와 있을 때도 있다. 빈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비어 있을 뿐이다. 갑자기 먼 곳에서 찌익 소리를 내며 자동차가 넘어지고 있다.
두 선을 긋고 있다. 바퀴 하나가 어디론가 굴러가고 있다.
나는 언제까지 달리기만 해야 할까. 어쩌면 질주보다 아름다운 무너짐이 더 쾌적할지 모른다.
아름다운 추락, 그 알 수 없는 해체에는 처음부터 존재가 거기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무너진다는 것, 그리고 어디론가 흩어져 돌아간다는 것, 그것은 공(空)의 영역이다.
질주든 무너짐이든 아름다운 행려(行旅)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그 안에 숨어있다.
누군들 아쉬움이 없으랴만, 그렇다고 그 아쉬움을 피해 갈 사람도 없다.
비가 내린다. 나는 그 가랑비에 섞여 먼 산을 본다. 생각하면 질주든 무너짐이든 그것은
하나의 선상에 있다.
----- 2010년 4월 [ 월간문학 출판부 ]가 펴낸,
詩人 박후식의 詩가 있는 산문집 [ 도시의 저쪽 ] 中의 아름다운 질주에서.
------ 아래의 내용은, 한국인터넷문학방송
실린 내용입니다 (20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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