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광주일보 박성천 기자님의 기사내용입니다.
“시는 생활이고 사유의 궁극적 지점입니다.
삶을 사는 힘이자 앞으로의 생을 버티는 힘이기도 하지요.”
노(老) 시인은 시에 대한 철학이 단순하면서도 분명했다. “시가 생활”이라는 것은 일상에서
늘 시를 생각하고 세상과 사물을 시인의 관점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일 터다.
올해로 광주일보 신춘문예(1978) 등단 40년째를 맞은 박후식(82) 시인.
박 시인이 이번에 펴낸 다섯 번째 시집 ‘변경에 핀 풀꽃’ (문학의 전당)에는 그동안의 시적 여정이 오롯이 응축돼 있다.
197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교실에서’가 당선돼 문단에 나온 박 시인은 문학적 성취에 비해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시를 잘 아는 이들은 서정적인 어조에 깃든 깊이와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다면 문학사에 빛나는 시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느끼지 못하는데 전체적인 시의 정조가 어린 시절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고향을 모티브로 한 시들은 산업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태동하지 않을까 싶네요.”
감성과 사유가 몸으로 체득됐다는 방증이다. 시에 깃든 정서와 어조는 지문과도 같아서 작품의 본질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요인들이다. 그것은 시인이든, 소설가든, 아니 대부분의 예술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특유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시인은 완도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대학은 공주사대를 졸업했고, 이후 고려대 대학원을 나왔다.
교직생활 대부분을 광주와 목포에서 보낸 남도 토박이 시인이다.
그의 시에 남도의 정서인 ‘그리움’과 ‘서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은 유목적 삶과 무관치 않다. 떠돌이 기질보다
학업과 직장을 위해 거처를 옮겨야 했던 삶, 그리고 시를 바라보는 특유의 자의식과 인식의 틀이
남도의 정서와 맞물린 결과인 듯하다.
“가끔씩 어깨 위를 누르는 돌아보면/ 그것은 바람소린가 물소린가/ 봄이면 친구처럼 민들레처럼 다가왔다가/
가을이면 저만큼 물러나 서 있는/ 기억의 다리 저쪽으로/ 웃음꽃 감추고 돌아서는 눈빛 보았지…”(‘기억의 다리’ 중에서)
시인은 사소한 일상일망정 오래도록 사유하고 바라봄으로써 독특한 시적 세계를 구현한다.
시집을 관통하는 ‘바라봄’의 태도는 깊은 사유와 서정적 리듬과 맞물려 잔잔한 울림을 준다.
그러나 그의 시를 그리움이라는 정조에만 한정하기에는 스펙트럼이 자못 넓다. 넓은 만큼 서사적이며
시사적인 주제를 폭넓게 아우른다. 표제시 ‘변경에 핀 풀꽃’은 대표적인 시 가운데 하나다.
“겨레의 강이 흐르는/ 북방 끝자락/ 어쩌다 서로의 얼굴을 붉히며/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그러다가 또 그러다가/
끝내 그러다가/ 내 생애 가장 미숙한 말, 잘 있어/ 공허한 그 한마디 풀밭 언덕에 남기고 돌아설 때/
꽃잎 위에 우박처럼 내리던 안개비/ 사랑하던 꽃이여/ 파리한 너의 매무새여…”
시에서 ‘변경’은 두만강과 같은 접경지를 뜻한다. 건너지 못한, 건널 수 없는 공간이지만 그 너머에 ‘풀꽃’이 피어 있다.
박 시인은 “풀꽃은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적 의미를 함의한다”고 밝혔다.
시인은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고 윤삼하·박봉우 시인이
동년배 시인들이다. 박 시인은 “그들의 시에 내재된 역사의식과 민족의식 등에 자극을 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자연스럽게 창작의 길로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박성현 시인은 해설에서 “박후식 시인의 ‘언어’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사물들의 깊은 속을 들춰내고,
사물 자체의 공백을 채워주며 그것들의 원근을 새롭게 재구성한다”며 “운명과도 같은 이 ‘바라봄’의 시작(詩作)은
그가 시인으로서 추구했던 40여 년의 깊이이자 통찰이며, 극도로 숙련된 실존의 표상들”이라고 평했다.
한편 박 시인은 고흥여중·화순중 등에서 교장을 역임했고,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바다 그리고 사랑’, ‘손금’ 등을 펴냈으며 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광주문학상 및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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