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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 표지자 CA 19-9

warmdoctor 2009. 4. 18. 20:31
증가된 종양표지자 CA 19-9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규택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 아래의 내용은 대한소화기학회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서 론
 

종양표지자는 암의 선별, 진단, 병기결정, 수술전후의 예후 예측, 추적관찰 등에 이용되고 있다. 이런 종양표지자는 과거의 경우 각 장기별로 그 부위의 악성종양이 의심될 경우 일반적으로 검사되고 있으나, 최근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암의 조기진단을 목적으로 여러 종양표지자가 검사되고 있다. 이중 혈청 CA 19-9의 측정은 특히 췌장 및 담도계의 악성종양 발견에 있어서 그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적으로 췌장암이 의심되는 환자군에 있어서 CA 19-9의 민감도는 80%, 특이도는 90%, 양성예측치는 60%, 음성예측치는 90% 정도로 췌장암의 진단 및 추적관찰에 있어서 기존의 어떤 종양표지자 보다도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의 대부분은 환자가 원인 모르는 체중감소나 복통 등의 임상증상이 있거나 영상진단에서 의심이 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다.

CA 19-9은 종양특이성 항원이 아니고 종양 연관성 항원(tumor associated antigen)으로서 인체의 정상 췌장 및 담도세포에서 합성되며, 이외에 위장, 대장, 자궁점막, 침샘의 상피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췌장 및 담도이외의 악성종양에서도 증가할 수 있고, 악성종양 뿐 아니라 양성질환에서도 증가할 수 있다. 복부초음파 검사 및 여러 검사를 동반하는 일반적인 건강진단의 경우 CA 19-9이 증가되어 있을 때 가능한 원인을 추정해 볼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단순히 혈액검사만 시행하여 CA 19-9이 증가되어 있어서 이 때문에 외래로 찾아오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뚜렷한 증상없이 CA 19-9이 증가된 환자에게서 실지로 어느 정도 악성종양이 동반되어 있고, 악성종양이 아닌 경우에는 그 증가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가능한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아봄 으로서 임상진료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본 론
췌장암 환자에서 CA 19-9의 유용성
 
CA 19-9은 췌장암 환자 중 약 87%에서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CA 19-9 수치와 종양의 크기와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고 암이 진행함에 따라서 그 수치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종양의 췌장내 위치나 암의 분화정도와는 상관관계가 없다. 약 13%의 췌장암 환자에서 CA 19-9측정치가 정상으로 나타나는데, 종양의 크기가 작은 경우 뿐 아니라 종종 종양의 크기가 큰 경우에서도 관찰된다. 이의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서구인중 약 5%에서는 CA 19-9을 합성하는 Lewis A항원이 음성이기 때문에 일부는 이로서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 췌장액을 이용한 CA 19-9의 측정은 혈청 CA 19-9의 측정에 비해 별로 이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 19-9은 췌장암의 수술 후 추적관찰에 유용한 종양표지자로 알려져 있다. 수술전 CA 19-9이 증가해 있었던 경우 수술을 하여 종양을 제거한 후 2주내에 정상범위 내로 떨어진 경우는 CA 19-9이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정상범위보다 증가되어 있는 경우에 비해 훨씬 장기생존율이 높아 수술직후 CA 19-9의 측정은 예후예측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추적관찰 중 초음파나 CT 촬영에 재발의 소견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CA 19-9의 증가가 관찰되어 재발여부를 조기에 알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임상증례
 
다음은 임상에서 경험한 몇 증례이다.
[증례 1] 45세 여자 환자가 본원의 건강의학센터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후 종양표지자인 CA 19-9이 증가되어 소화기내과 췌담도 외래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매년 건강진단을 받아오던 분이었고, 뚜렷한 자각증상은 없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복통과 체중감소를 문진하였으나 전혀 이상 증상이 없었다. 건강의학센터에서 검사한 소견을 살펴보니 공복시 혈당이 161 mg/dl 로 올라가 있었고, CA 19-9(정상범위: 0-35)은 50.8 U/ml로 증가 되어 있었으나 다른 혈액검사소견과 복부초음파 검사는 모두 정상 소견이었다. 환자를 내분비 내과에 의뢰하여 당뇨에 대한 조치를 받고 다시 내원하도록 하였다. 환자는 1개월 후에 다시 내원하였는데,검사한 공복시 혈당은 117 mg/dl, CA 19-9은 29.7 U/ml 였다. 이 환자의 경우 당뇨에 의해 CA 19-9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당뇨가 조절되면서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판단하여 더 이상의 추적관찰은 하지 않았다.

[증례 2] 37세 남자 환자가 직장신체검사에서 CA 19-9의 수치가 85 mg/dl로 증가되어서 추가검사를 권고 받고 소화기내과 외래에 방문했다. 환자는 전혀 자각증상이 없었고, 직장신검에서 행한 혈액검사에서 다른 이상소견은 없어서 본원에서 CA 19-9을 다시 측정해 봤더니 110 mg/dl로 증가되어 있었다. 환자에게 본인도 모르는 초기의 췌담도 종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설명하고 복부CT를 촬영하였으나 전혀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 다시 추적관찰하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한테 한 달 뒤에 다시 CA 19-9 혈액검사를 하고 내원하도록 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310 U/ml로 증가되었다. 환자는 여전히 복통이나 체중감소 등 자각증상이 없었으나, 종양표지자가 일개월 사이에 3배나 증가되어 숨겨진 종양가능성을 설명하고 PET CT검사를 하도록 하였다. PET검사에서 좌측갑상선에 강한 FDG섭취증가가 보여 갑상선 암이 의심되었다. 환자의 갑상선 기능은 정상이었으나 흡입세포검사에서 유두상 갑상선암으로 진단되었고 갑상선 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1개월 후 추적 검사한 CA 19-9은 57. 3 U/ml로 감소되어 있었다.

[증례 3] 50세 남자 환자가 타병원에서 건강진단 후에 CA 19-9 수치가 89.5 U/ml로 증가되어 있어 추가적인 검사를 권고 받고 외래로 내원하였다. 그 병원의 다른 혈액검사 소견과 복부초음파 검사 소견 등 모든 검사소견이 종양표지자 CA 19-9수치를 제외하고는 정상이었다. 환자가 원하여 본원에서 다시 검사한 CA 19-9은 113 U/ml로 증가되어 있었고 복부 CT는 정상소견이었다. 환자는 건강해 보였고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었다. 문진결과 건강을 위하여 최근 수개월에 걸쳐 여러 종류의 건강보조식품을 장복하고 있었다. 환자에게 일단 모든 건강보조식품을 끊고 한달 후에 재검할 것을 권했다. 환자는 모든 건강보조식품을 끊었고, 한달 후에 검사한 CA 19-9 수치는 26.8 U/ml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위의 세 증례는 CA 19-9증가의 원인을 밝힐 수 있었던 대표적인 경우이나, 임상에서 검사를 해보면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추적관찰 중에 저절로 증가된 CA 19-9의 수치가 정상으로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 수진자에서의 자료
 
1994년 12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에 내원해서 혈청 CA 19-9과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았던 70,940명의 환자중 CA 19-9 수치가 정상보다 증가되어 있었던 수진자는 1,063 명으로 전체 수진자의 1.5%였다. 일반적으로 본원의 건강의학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는 별 특이한 증상없이 주기적으로 추적 검사하는 사람이 많고 장기간 예약대기후 검사하는 것을 고려하면 증상이 있거나 이상 소견이 있는 환자는 본원이나 타병원외래를 방문한다고 볼 수 있기에 증상이 없는 일반인의 1.5%에서 CA 19-9이 증가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된다.

CA 19-9이 증가되어 있었던 환자 중에서 췌장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4명에 불과하였고 양성예측율을 계산하였을 때 0.9%로 나와서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췌장암의 선별검사로 혈청 CA 19-9을 검사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의 연구와 비슷하게 일본의 췌장암연구회에서 선별검사로서의 CA 19-9의 유용성을 알아 보고자 하는 연구가 있었는데, 이들의 보고에 의하면 40세 이상의 증상이 없는 일반인 12,840명 중 췌장암이 발견된 경우는 4명이었고 이중 1명만이 근치적 절제술이 가능했다고 하였다. 이에 반해, 40세 이상의 증상이 있었던 외래환자 8,706명중 췌장암이 발견된 경우는 104명이었고 이중 47명에서 종양절제술이 가능하여, 증상이 있는 환자의 선별검사로서는 유용하고 효과적인 반면에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A 19-9의 선별검사는 비용효율성이 없고 유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외래에서 전향적으로 추적관찰했던 자료
 

원인 모르는 지속적인 복통이나 의미있는 체중감소가 있거나 황달이 있는 환자에게서 검사한 CA 19-9수치가 증가되어 있으면 췌장 및 담도계통에 악성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다음검사로 복부 CT나 MRI 등을 검사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무런 불편한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건강진단 목적으로 여러가지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게되고, 그런 중에 혈청 CA 19-9이 증가되어 내원하는 환자를 임상에서 많이 대하게 된다.

 

환자들은 검사항목 옆에 써 있는 췌장 및 담도계 암이 있을 때 증가될 수 있다는 설명에 대부분 걱정을 하며 내원하게 되는데, CA 19-9이 증가된 이유에 대한 적절한 설명없이 이들에게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능한 모든 검사를 다하는 것도 과잉진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아직까지 증상이 없이 올라간 CA 19-9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료지침이나 기준이 없기에 경험에 근거한 진료를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환자들이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본인에게 정말 암이 있는지 여부와, 다른 하나는 암이 없다면 왜 이 수치가 증가되었는지 그에 대한 이유이다.

건강의학센터에서 검사받는 환자는 별 증상이 없으면서도 신체의 모든 부위를 검사하게 되는데, 이들 중에 CA 19-9이 증가되어 소화기내과에 의뢰된 환자중 1년이상 추적관찰했던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자료를 분석해 봤다. 이들 중에 추가적인 검사로 암이 진단된 경우는 10명으로 3.3%에 불과하였다. 암으로 진단된 10예를 살펴보면 췌장암이 4례로 CA 19-9이 증가되었던 환자의 1.4%였고, 담도암이 2예, 담낭암 1예, 십이지장 암 1예, 대장암 1예, 갑상선암 1예였다. 나머지는 추적관찰 중에 저절로 수치가 떨어져 정상이 되어 뚜렷이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경우가 70%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나름대로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양성질환이 있었다. 원인이 추정 가능했던 경우는 증례에서처럼 의심되는 병변을 제거했을 때 수치가 정상이 되거나, 약물치료를 해서 증상이 호전됨에 따라 CA 19-9수치가 감소되는 경우, 그 병의 활성도에 따라서 CA 19-9수치가 변동하는 경우 등이었다.

 

CA 19-9 수치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는 양성질환에는 산부인과 질환 (난소 낭종, 자궁내막염, 자궁 경부염 등), 내분비대사 질환(당뇨, 갑상선 기능 항진증 및 저하증, 갑상선 결절 등), 호흡기 질환 (기관지 확장증, 폐결핵, 마이코박테리아 감염증 등), 췌장 및 담도계 염증, 건강보조 식품이나 한약제 복용 등이었다. 양성질환의 경우 CA 19-9의 수치는 처음에 정상보다 많이 증가되어 있어도 추적 관찰을 할 때 비슷하거나 감소되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에, 악성 질환의 경우에는 짧은 기간의 추적관찰 사이에도 연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었다.

결론
 
종양표지자는 한 번의 검사에서 나타난 그 수치보다는 그 추이가 어떻게 변화되는 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원인이나 증상없이 CA 19-9이 증가되어 있는 환자에게는 1개월 후에 다시 추적검사를 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수치가 비슷하거나 감소될 경우에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추적관찰을 중단하거나 치료가능한 양성질환이 있으면 그에 대한 치료를 권한다. 그러나, 수치가 배이상 증가한다면 추가적인 모든 검사를 해서 가능한 악성질환을 찾아보고, 의심이 되는 양성질환이 있으면 이를 치료하면서 CA 19-9을 추적관찰하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