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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 박후식

둘이서 박후식 둘이서 걸었네 밤낮없이 걸었네 건넜던 다리는 정자나무 밑에 벤치처럼 혼자 남아있네 돌아보면 보이네 그것이 슬픔 같기도 하고 쏟아내지 못한 눈물 같기도 하네 마을 입구에 파란 풀꽃으로 피어 있다가 유월 장마에 맥없이 떠밀리기도 하다가 둘이서 걸었네 밤낮없이 걸었네 밤이면 누군가는 소리 없이 울다가 기척없이 나갔다가 꿈꾸는 별처럼 따로따로 잠들었지 둘이서 서로를 보고 그 서로를 다시 보면 너무 멀리 걸어서 서로가 안쓰러워 자리를 비껴주네 아침이면 차를 마시다가 농담을 건네다가 둘이서 걸어온 길을 밥그릇에 담네, 걸어온 먼 길 말고 걸어갈 남은 길을 섞어 담네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처럼 기억하네. * 박후식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당신의 숲] (2019.12.05) 중에서...

詩 소개 1 202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