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개 1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warmdoctor 2020. 1. 5. 20:42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출처] 안도현 - 『그대에게 가고 싶다』(느티나무)

[느낌] 오늘 SRT 기차 안에서 우연히 펼쳐 본

           SRT 매거진에 실려있는 이 시가

          마음에 다가와 여기에 적어 봤습니다.


책소개

안도현 시집. 1991년 나온 시집의 개정 증보판. 이제는 '세상을 바꾸는 싸움이 하늘이 나에게 준 고마운 직업이라고 믿고 있던, 말하자면 내 생의 가장 뜨거운 시절을 아득바득 기어가던 시절'로 회고되는, 해직교사 시절 낸 시집으로 일곱 편의 시가 새로 추가된 개정판이다.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 듯이/이 세상에 태어나서/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그대는 나의 세상을/나는 그대의 세상을/함께 짊어지고/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 <사랑한다는 것> 전문.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비롯해 『북항』까지 10권의 시집을 냈다. 소월시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 등의 동시집과 다수의 동화를 쓰기도 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15개국의 언어로 해외에 번역 출간되었다. 최근에는 『백석평전』, 『그런 일』 등의 산문을 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주에 살고 있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