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김지영
풀풀 먼지 날리던 마른 날들 안에서도
벚나무는 피리를 붑니다
앞 집 아이가 그 소리를 듣습니다
꽃잎 몇 개 의무를 끝내고 지체 없이
땅으로 낙화합니다
할 일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오는 것은 내 뜻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루는 것은 내 마음의 거울이니
아무도 탓할 수 없습니다
지푸라기 하나도 가볍지 않듯
하물며 마음먹는 일이야
또르르 꿰고 있어도
움직여 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 바람같이 허망한 일
방문을 열고 호미자루를 챙깁니다
가지들 앞다투어 잎들을 토해내고
꽃망울들은 시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입니다
귀를 땅에 대고 소리를 듣습니다
아득한 저 밑바닥에서 땡땡땡 맑은 종소리가
잠든 의식을 깨웁니다
바람이 천지에 점을 찍습니다
팽팽한 활시위 향기로 조준합니다
씨방 안에 신방 하나 차려
고운 우리 님과 뜨겁게 사랑하겠습니다
----- 2010년 3월 [ 이지출판 ]이 펴낸 김지영 시인의 [ 태양 ] 中에서.
-----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의 도서관에서 우연히 詩人 김지영 님의 시집을
보게되어 여기에 詩를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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