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박후식
다 떠나간 뒤는
바다를 해산(解産)한 아픔이 있다.
어느 만큼은 비어지고
또 어느 만큼은 가득히 채워지면서
숙연히 노을 앞에 조아리는 것들….
파닥이는 온갖
산악을 넘어
사뭇 나를 해방하는 발돋움으로
지긋이 바람이고저
꽃이고저
그 멀고 가는 꼭대기에
나의 생명은
부서지는가 깨어지는가.
지금 텅 빈 교실(敎室)에 쌓이는
무한량의 폭음….
어디쯤 내려딛는 밤의 숨소리는
바다 속 흐르는 강이 된다.
하늘이 밀려나간
벤치에 누워
달빛 삐걱거리는 노(櫓)를 저으면
꽃들은 저만치서 밀려오고
나는 핏기 잃은 알몸으로
별처럼 물 위에 눈을 뜨는가.
----- 박후식 시집 <바다 그리고 사랑>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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