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박후식
낙엽이게 하소서
태울 것 다 태워버린
줄 것 다 주어버린
가을에는
한 잎 낙엽이게 하소서
동구밖 서녘을 우는
한 마리 송아지
가을에는
그 눈 가득히 흐르는
구름이게 하소서.
아직 들에 있는 머슴에게는
문을 열어 들게 하시고
이제 막 불을 당기는 아낙에게는
당신의 손으로
구들을 지피게 하소서.
밤 깊어
산이 차가울 때는
달빛 층계를 내리게 하시고
종이배처럼
눈을 젖게 하소서.
----- 박후식 시집 <바다 그리고 사랑> 中에서.
'詩 소개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무게 ...... 김성충 (0) | 2010.05.21 |
---|---|
사월에 ...... 김지영 (0) | 2010.04.21 |
교실에서 ...... 박후식 (0) | 2010.04.19 |
탄 생 ...... 권혜창 (0) | 2010.03.23 |
소나무 / 극락역 풀꽃 ... 박후식 (0) | 2008.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