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개 2

교실에서 ...... 박후식

warmdoctor 2010. 4. 19. 19:59

 

 교실에서

                              박후식

  

다 떠나간 뒤는

바다를 해산(解産)한 아픔이 있다.

어느 만큼은 비어지고

또 어느 만큼은 가득히 채워지면서

숙연히 노을 앞에 조아리는 것들….

파닥이는 온갖

산악을 넘어

사뭇 나를 해방하는 발돋움으로

지긋이 바람이고저

꽃이고저

그 멀고 가는 꼭대기에

나의 생명은

부서지는가 깨어지는가.

지금 텅 빈 교실(敎室)에 쌓이는

무한량의 폭음….

어디쯤 내려딛는 밤의 숨소리는

바다 속 흐르는 강이 된다.

하늘이 밀려나간

벤치에 누워

달빛 삐걱거리는 노(櫓)를 저으면

꽃들은 저만치서 밀려오고

나는 핏기 잃은 알몸으로

별처럼 물 위에 눈을 뜨는가.

 

                                              

-----  박후식 시집 <바다 그리고 사랑>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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