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개 2 18

참회 ...... 정호승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참회 정호승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 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 뿌리에 가 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 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지 못하리 산수유 붉은 열매 하나 쪼아먹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린 초승달에 한 번 앉아보지 못하고 발 없는 새가 되어 이 세상 그 어디든 앉지 못하리 1950년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

詩 소개 2 2010.05.21

사랑의 무게 ...... 김성충

사랑의 무게 김성충 사랑하면 사랑의 무게를 알고 싶어진다. 내 사랑이 가벼워 실망하지 않을까. 내 사랑이 무거워 부담스럽지 않을까. 사랑하면 사랑의 무게를 알고 싶어진다. 내 사랑이 부족해 허전하지 않을까. 내 사랑이 지나쳐 오해하지 않을까. 사랑의 무게를 알게 되면 내 사랑의 무게를 알게 되면 남김없이 사랑할 수 있다. ----- 출처 : 파랑비 이야기 2009

詩 소개 2 2010.05.21

사월에 ...... 김지영

사월에 김지영 풀풀 먼지 날리던 마른 날들 안에서도 벚나무는 피리를 붑니다 앞 집 아이가 그 소리를 듣습니다 꽃잎 몇 개 의무를 끝내고 지체 없이 땅으로 낙화합니다 할 일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오는 것은 내 뜻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루는 것은 내 마음의 거울이니 아무도 탓할 수 없습니다 지푸라기 하나도 가볍지 않듯 하물며 마음먹는 일이야 또르르 꿰고 있어도 움직여 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 바람같이 허망한 일 방문을 열고 호미자루를 챙깁니다 가지들 앞다투어 잎들을 토해내고 꽃망울들은 시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입니다 귀를 땅에 대고 소리를 듣습니다 아득한 저 밑바닥에서 땡땡땡 맑은 종소리가 잠든 의식을 깨웁니다 바람이 천지에 점을 찍습니다 팽팽한 활시위 향기..

詩 소개 2 2010.04.21

가을 편지 ...... 박후식

가을 편지 박후식 낙엽이게 하소서 태울 것 다 태워버린 줄 것 다 주어버린 가을에는 한 잎 낙엽이게 하소서 동구밖 서녘을 우는 한 마리 송아지 가을에는 그 눈 가득히 흐르는 구름이게 하소서. 아직 들에 있는 머슴에게는 문을 열어 들게 하시고 이제 막 불을 당기는 아낙에게는 당신의 손으로 구들을 지피게 하소서. 밤 깊어 산이 차가울 때는 달빛 층계를 내리게 하시고 종이배처럼 눈을 젖게 하소서. ----- 박후식 시집 中에서.

詩 소개 2 2010.04.19

교실에서 ...... 박후식

교실에서 박후식 다 떠나간 뒤는 바다를 해산(解産)한 아픔이 있다. 어느 만큼은 비어지고 또 어느 만큼은 가득히 채워지면서 숙연히 노을 앞에 조아리는 것들…. 파닥이는 온갖 산악을 넘어 사뭇 나를 해방하는 발돋움으로 지긋이 바람이고저 꽃이고저 그 멀고 가는 꼭대기에 나의 생명은 부서지는가 깨어지는가. 지금 텅 빈 교실(敎室)에 쌓이는 무한량의 폭음…. 어디쯤 내려딛는 밤의 숨소리는 바다 속 흐르는 강이 된다. 하늘이 밀려나간 벤치에 누워 달빛 삐걱거리는 노(櫓)를 저으면 꽃들은 저만치서 밀려오고 나는 핏기 잃은 알몸으로 별처럼 물 위에 눈을 뜨는가. ----- 박후식 시집 中에서

詩 소개 2 2010.04.19

탄 생 ...... 권혜창

탄 생 권혜창 명자꽃 꽃망울 속에는 겹겹히 접힌 응달의 기억이 있을지 몰라 가두어 놓은 울음도 있을지 몰라 단단한 인내가 봄을 부르고 이윽고 꽃 피어날때 접히고 갇혔던 것들이 향기와 빛깔이 되리니 나무는 괴롭다 말하지 않네 피어서 눈부신 사랑이 될 뿐! ..... 오늘 늦은 오후에, 모처럼의 off 시간,.. 삼성서울병원 의학도서관(의학정보팀)에 갔다 오면서 들렀던 [ 일원역 ]에서,.. 전철을 기다리다가 문득 나의 눈에 들어온,...너무 아름답고 가슴뭉클한 詩를 발견하여,.. 기차가 오기 전에 서둘러 휴대폰 디카로 찍어 보았다.

詩 소개 2 201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