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개 2 18

우리는...... 박종욱

우리는...... 박종욱 우리는 지나온 시간에 기대어 저마다 추억에 잠길 수가 있습니다. 어릴 적 계집애들의 고무줄을 끊던 재미, 소풍가서 똥그래진 눈으로 보물을 찾던 야릇함, 해가 저물 때까지 축구하며 주위가 온통 깜깜해져야만 집에 돌아와 골아떨어지던 날, 그때 우린 지금의 나날을 상상이나 했을까. ----- 1990년 6월. ----- 2010년 4월 [ 월간문학 ]이 펴낸, 詩人 박후식 님의 詩가 있는 산문집 [ 도시의 저쪽 ] 中에 실림. 해설내용; 시란 어쩌면 까다롭게 쓰여진 것보다는 이렇게 생활의 내면에서 그냥 건져와야 할 것도 같다. 제목은 '우리는......'이지만 초등학교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보고 있는 것 같다. 고무줄을 끊던 일, 축구하다 늦게 돌아와 곯아떨어지던 일, 누구에..

詩 소개 2 2008.01.17

계절이 다가오는 소리 ...... 박종욱

계절이 다가오는 소리 박종욱 풀섶에 날리는 세월의 微動이 이제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홀로, 같이, 홀로, 같이... 수 많은 시간동안 이 절대감정의 소용돌이는 긴 길목에 선 아름다운 나무. 사람이 왜 사냐건 툭 트여진 웃음이라지만 그것은 계절이 지나는 소리를 가슴 밑둥으로 느끼는 때문일까. 친구여 들어 보았나 피아골의 그 내밀한 물소리를 푸르른 날 그리운 이의 음성을 가을 밤하늘 城趾에 펼쳐지는 시인의 聖語들을 한껏 느껴 보았나. 모든 게 세월이 지나는 소리요 바람끝에 뭍어오는 계절의 몸짓인가. 사람이 왜 웃냐건 사랑이 넘칠 때라지만 슬픔이 다가오는 소리를 한 톨 가슴으로 받는 순간이다. 계절이 다가오는 소리 무량으로 내려앉는 감촉을 나는 이제 큰 가슴으로 받는다. ----- 1987년, [ 전남의대 ..

詩 소개 2 2008.01.17

눈(雪)의 영상 ...... 박종욱

눈(雪)의 영상(影像) 박종욱 나의 창가에 첫 눈이 내려도 나는 꾹 참고 있을 것이오. 그 하얀 빛 아무리 곱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기다리는 것 뿐. 고운 빛깔 가난한 대지위에 소복이 쌓이고, 순간의 화려함으로 녹아 없어지지는 않을때 나는 비로소 기뻐할 것이오. 솜털같은 감촉 나의 손끝에 살아 움직이고, 영원한 순간을 위한 思索의 향연. 나는 그때서야 하얀 들판으로 비로소 뛰어나갈 것이오. ----- 1986년 11월, [ 전남대학교 신문 ]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詩 소개 2 2008.01.17

손 금 / 강진만 / 겨울나무 ...... 박후식

손 금 박후식 손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숲 속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물소리는 깊은 계곡의 돌틈을 빠져나와 마을 앞 개울 소리가 되었다가 밤새 둠벙을 푸는 아이들 소리가 되었다가 새벽녘 산등을 내리는 바람 소리가 된다 손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대숲으로 둘러싸인 산마을이 보인다 골목 틈새로 새벽 쇠죽을 쑤시는 어머니와 부지깽이 소년도 보인다 감나무에 걸린 하현달도 거기 있다 6·25 때 함께 도강하던 그 새벽 달이다 강진만 박후식 너 앞에 앉으면 바람이 분다 가슴 깊은데까지 스며와 샘을 만든다 소나무 가지가 길게 내려와서 더 아름다운 곳 돛배 하나 억새꽃 꺾어간다 다산도 함께 간다 겨울나무 박후식 네가 있어 아름답다 지울 것 다 지우고 원형으로 서 있는 모습 강물처럼 아름답다. 집을 나서다가 골목을 돌아..

詩 소개 2 200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