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식
손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숲 속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물소리는 깊은 계곡의 돌틈을 빠져나와
마을 앞 개울 소리가 되었다가
밤새 둠벙을 푸는 아이들 소리가 되었다가
새벽녘 산등을 내리는 바람 소리가 된다
손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대숲으로 둘러싸인 산마을이 보인다
골목 틈새로 새벽 쇠죽을 쑤시는 어머니와
부지깽이 소년도 보인다
감나무에 걸린 하현달도 거기 있다
6·25 때 함께 도강하던 그 새벽 달이다
강진만
박후식
너 앞에 앉으면 바람이 분다
가슴 깊은데까지 스며와 샘을 만든다
소나무 가지가 길게 내려와서
더 아름다운 곳
돛배 하나 억새꽃 꺾어간다
다산도
함께 간다
겨울나무
박후식
네가 있어 아름답다
지울 것
다 지우고
원형으로 서 있는 모습
강물처럼 아름답다.
집을 나서다가
골목을
돌아서다가
빈손으로 서 있어도 부끄럼 없는 여체
하늘을 향한
네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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