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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 고영민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고영민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시집 한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치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 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다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산중턱에 걸터앉아 그분의 시를 정성껏 읽는다 읽은 시를 천천히 손아귀로 구긴다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이 낱장의 종이가 한 시인을 버리고, 한권 시집을 버리고, 자신이 시였음을 버리고 머물던 자신의 페이지마저 버려 온전히 한 장 휴지일 때까지 무참히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펼쳐보니 나를 훑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을 만큼 결이 부들부들해져 있다 한 장 종이가 내 밑을 천천히 지나간다 아, 부드럽게..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 윤성택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윤성택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새로운 여정에 나서는 것이다. 유배처럼 낯익은 것들로부터 추방된 혹독한 길을 걸을수록 글은 치열해지고 시공간을 초월해간다. 이러한 몰입에 이르게 되면 그때는 오히려 낯선 시간들이 내게로 걸어와 나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내가 사라진 곳에서 새로운 삶이 태어나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주술처럼 몇 가지 채비를 챙긴다. 나침반과 같은 뉴에이지 피아노 연주곡, 일상이 끼어들 틈 없이 방음이 완벽한 헤드폰, 이역을 기록할 한글프로그램 신명조 10 장평 97% 자간 -3% 줄간격 160, 공복을 공급해주는 진한 커피 한 잔. 그 다음은 무의미한 시간에 맞설 수 있는 구석진 방이면 된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

사랑의 무게 ...... 김성충

사랑의 무게 김성충 사랑하면 사랑의 무게를 알고 싶어진다. 내 사랑이 가벼워 실망하지 않을까. 내 사랑이 무거워 부담스럽지 않을까. 사랑하면 사랑의 무게를 알고 싶어진다. 내 사랑이 부족해 허전하지 않을까. 내 사랑이 지나쳐 오해하지 않을까. 사랑의 무게를 알게 되면 내 사랑의 무게를 알게 되면 남김없이 사랑할 수 있다. ----- 출처 : 파랑비 이야기 2009

詩 소개 2 2010.05.21

WarmDoctor의 건강 이야기 ... 소개

안녕하세요? WarmDoctor의 건강 이야기 입니다( To become a warm doctor ). 유용한 의학정보,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이런저런 이야기,  아름다운 詩 및 음악 소개,재미있는 야구 이야기 ... 등을이곳에 실었습니다.잔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봐 주세요. ----------------------------------------------------------www.youtube.com/@warmdoctorTV

블로그 소개 2010.04.22

사월에 ...... 김지영

사월에 김지영 풀풀 먼지 날리던 마른 날들 안에서도 벚나무는 피리를 붑니다 앞 집 아이가 그 소리를 듣습니다 꽃잎 몇 개 의무를 끝내고 지체 없이 땅으로 낙화합니다 할 일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오는 것은 내 뜻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루는 것은 내 마음의 거울이니 아무도 탓할 수 없습니다 지푸라기 하나도 가볍지 않듯 하물며 마음먹는 일이야 또르르 꿰고 있어도 움직여 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 바람같이 허망한 일 방문을 열고 호미자루를 챙깁니다 가지들 앞다투어 잎들을 토해내고 꽃망울들은 시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입니다 귀를 땅에 대고 소리를 듣습니다 아득한 저 밑바닥에서 땡땡땡 맑은 종소리가 잠든 의식을 깨웁니다 바람이 천지에 점을 찍습니다 팽팽한 활시위 향기..

詩 소개 2 201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