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02

가을 편지 ...... 박후식

가을 편지 박후식 낙엽이게 하소서 태울 것 다 태워버린 줄 것 다 주어버린 가을에는 한 잎 낙엽이게 하소서 동구밖 서녘을 우는 한 마리 송아지 가을에는 그 눈 가득히 흐르는 구름이게 하소서. 아직 들에 있는 머슴에게는 문을 열어 들게 하시고 이제 막 불을 당기는 아낙에게는 당신의 손으로 구들을 지피게 하소서. 밤 깊어 산이 차가울 때는 달빛 층계를 내리게 하시고 종이배처럼 눈을 젖게 하소서. ----- 박후식 시집 中에서.

詩 소개 2 2010.04.19

교실에서 ...... 박후식

교실에서 박후식 다 떠나간 뒤는 바다를 해산(解産)한 아픔이 있다. 어느 만큼은 비어지고 또 어느 만큼은 가득히 채워지면서 숙연히 노을 앞에 조아리는 것들…. 파닥이는 온갖 산악을 넘어 사뭇 나를 해방하는 발돋움으로 지긋이 바람이고저 꽃이고저 그 멀고 가는 꼭대기에 나의 생명은 부서지는가 깨어지는가. 지금 텅 빈 교실(敎室)에 쌓이는 무한량의 폭음…. 어디쯤 내려딛는 밤의 숨소리는 바다 속 흐르는 강이 된다. 하늘이 밀려나간 벤치에 누워 달빛 삐걱거리는 노(櫓)를 저으면 꽃들은 저만치서 밀려오고 나는 핏기 잃은 알몸으로 별처럼 물 위에 눈을 뜨는가. ----- 박후식 시집 中에서

詩 소개 2 2010.04.19